[경향신문] ‘운조루’ 지키는 곽영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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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조루’ 지키는 곽영숙씨 “집안 청소하다 길도 잃었었죠”

섬진강이 지리산을 부둥켜 안고 가는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운조루(雲鳥樓·국가지정민속자료 제8호). 전국 팔도에서 몰려든 답사객들은 물론 풍수가들도 문턱이 닳도록 찾는 집이다.

운조루는 봉황이 금가락지를 떨어뜨린 형국이라는 금환낙지(金環落地) 형으로 천하의 명당으로 손꼽힌다. 이 집의 며느리는 곽영숙씨(36).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시집와 요즘은 문화유산해설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시어머니(74)를 모시고 남편 류정수씨(42), 세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답사객들이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오니까 멀리 외출도 할 수 없고요. 집을 상전으로 모시고 사는 하녀 신세라니까요.” 

문화 류씨 종가 10대 며느리 곽영숙씨는 요즘 매일 오후 뒷산에 올라 토실히 여문 밤을 딴다고 했다. 손님 대접을 위해 햇밤이라도 내놓기 위해서란다.

운조루는 영조 때(1776년) 낙안(순천 낙안) 군수를 지낸 무관 출신 류이주가 지은 집이다. 대문 앞에 호랑이뼈가 걸려 있다. 지리산과 섬진강 풍광과 어울리는 건축미가 빼어나다. 원래는 99간 집이었으나 현재는 60여간이 남아 있다. 

며느리 곽씨가 운조루의 ‘작은 주인’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2002년 봄. 연애로 남편과 만나 1996년 결혼, 진주에서 살던 중 남편이 큰 집을 혼자 힘겹게 돌보는 어머니를 놔둘 수 없다고 해서 본가에 들어왔다. 명문가의 며느리란 ‘명예’라기보다는 ‘멍에’에 가까운 법. 곽씨도 처음엔 버겁고 힘들었다. 

“안채에서 별채로, 사랑채로, 행랑채로 집안에서 청소만 해도 길을 잃을 정도였어요. 매일 쓸고 닦고 하는 일이 힘들어 처음엔 달아나려고 했다니까요.” 

하지만 류씨 집안의 나눔의 철학을 이해하고서는 투정이 자랑으로 변했다. 

구례 사람에겐 잘 알려진 이 집의 명물은 높은 벼슬살이를 한 조상도 아니고, 대궐 같은 집도 아니다. 쌀 3가마가 들어가는 200여년 된 원통형 뒤주다. 뒤주의 문짝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고 씌어있는데 누구나 쌀 뒤주를 열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뒤주는 배고픈 사람은 쌀을 퍼갈 수 있도록 했다는 류씨 집안의 나눔의 철학이 깃들어 있다. 안채 2층에 다락을 만들어 여자들에게 ‘바깥구경’을 하도록 하고, 여자들만의 쉼터인 안사랑채를 따로 지은 마음 씀씀이에서도 탁 트인 선조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곽씨는 “10여년 전에 돌아가신 시아버지는 겨우 먹고 살 형편인데도 논 12마지기를 동네 재산으로 내놓았다”면서 “동학전쟁, 해방후 좌우갈등, 한국전쟁 등 지리산 자락에서 벌어진 온갖 풍상에도 집안이 건재한 것은 ‘남는 것은 나눈다’는 집안 내림 덕분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자신도 시나브로 이런 가풍에 물이 들더라고 귀띔했다. 아이 울음 끊긴 39가구 마을에 들어와 아이 하나를 낳아 동네 어른들에게 ‘드렸다’고 웃었다. 래욱(8), 래은(6), 고은(3) 3남매는 온동네의 귀염둥이다. 

곽씨는 자신의 집안뿐 아니라 지리산과 섬진강자락, 구례의 볼거리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문화해설사’ 자격도 2년 전에 땄다. 요즘은 외지 관광객들한테서 구례 문화재를 가장 쉽게 설명할 줄 안다는 칭찬도 받고 있다. 곽씨는 “추석 때 고향을 찾는 사람들에게 지리산 솔향기가 가득 밴 송편을 만들어 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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